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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5일 (금) 일점일획_δεῖ(데이)에 대하여(김범식)(IBP)
2026-09-25 07:47:43
묵상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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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εῖ(데이)에 대하여(김범식)(IBP)

 

신약성경에 102번이나 나오는 빈번한 동사가 있다. 그것은 δεῖ(데이)라는 비인칭 동사로서 3인칭 단수 중성 직설법 형태를 취하고 있고, 다른 형태로서 데온 에스틴(δέον ἐστίν)이 사용되기도 한다(행 19:36). 후자는 현재분사형과 be 동사격인 에이미(εἰμί) 동사의 결합형으로서,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어의 비인칭 구문 - It is necessary for 목적격 to 부정사 - 처럼, δεῖ(데이) 동사 뒤의 인칭명사는 의미상의 주어가 되고, 그것의 술어동사로 부정사(infinitive)를 사용한다.

δεῖ (데이)동사는 고전 헬라어에서 사용되었는데, 구약성경의 히브리어 동등어가 특별히 없는 것은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가 헤브라이즘의 세계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필요성과 강제성을 내포하는 사건이나 일의 필연적 발생을 뜻하고, 일상적이고 피할 수 없는 매일의 과정,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의미한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필연적 의무를 뜻하기에, 70인경(헬라어 구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의 율법에 서술된 인간의 당연한 의무를 표현하기 위해서, δεῖ (데이) 동사를 사용한 곳이 있다(레 4:2; 5:17). 이 단어가 70인경에 많이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헤브라이즘에서 인간과 역사를 향한 ‘신적인 필연성'(divine necessity)을 강조하지만, 헬레니즘에서는 자연적 이성적 법칙에 따르는 중립적 필연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스토아 철학은 이런 운명주의를 강조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들’(moirai)은 운명의 실타래를 풀면서, 베틀에서 짜고 감고 자르면서 인간의 삶을 운명 짓는다. 이 운명은 결코 신들도 거부하지 못하는 중립적이면서도 개념적인 것이기에, 신적이거나 인격적인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중립적인 필연성의 의미를 내포하는 비인칭 δεῖ(데이) 동사는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뜻하는 개념으로서 신약성경에 영향을 주었을 뿐이다.

신약성경에서 δεῖ (데이)동사는 누가복음-사도행전에서 41번 나오고, 목회서신을 포함한 바울서신에 25번 나온다. 그리고 요한복음에 10번, 마태복음과 요한계시록에 각각 8번 나온다. 특별히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예수의 이야기로부터 기록하는 제자 누가는 하나님의 율법이 말하는 필연적이고도 종교적인 의무를 바리새적인 관점에서 δεῖ(데이)를 사용하여 부각시키면서도(눅 11:42; 13:14; 22:7; 행 15:5), 하나님의 본질적 사랑과 긍휼의 뜻을 또한 δεῖ(데이)를 사용하여 대조한다(눅 13:16). 또한 예수의 삶 자체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계획과 뜻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임을 δεῖ(데이 )동사를 사용하여 확실하게 드러낸다. 열 두 살 소년 예수는 ‘자신은 당연히 아버지의 집에 필연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눅 2:49), 사역자 예수는 복음을 반드시 전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말하고(4:43), 인자 예수는 반드시 오늘도 내일도 예루살렘으로 운명처럼 길을 가야하고, 드디어는 필연적으로 선지자로서 예루살렘에서 죽임 당해야 하는 존재임을 선포한다(13:33). 예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영광이 바로 하나님의 계획과 뜻 가운데 있음을 δεῖ(데이)를 사용하여 거듭 강조한다(눅 9:22; 17:25; 24:7; 행 1:16; 3:21; 17:3). 이것은 예수의 생애에만 국한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아니라, 교회와 성도의 삶에도 똑같이 역사한다. 제자들이 말해야 할 것을 말하게 하고(눅 12:12), 해야 할 일을 하게 하고(행 9:6), 고난 받을 것을 받게 하고(행 9:16),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도록 환란을 받게 하고(행 14:22), 전도자 바울이 로마에 가야 하고(행 19:21), 거기서 예수를 증언해야 하고(행 21:11), 황제 앞에 서야 하는 것(행 27:24)은 모두 하나님의 필연적 섭리와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기에, 제자 누가는 이 모든 것을  δεῖ(데이) 동사를 사용하여 말한다. 누가는 헬라적인 표현방식으로 동사 δεῖ(데이)를 사용하지만, 결코 비인격적이고 중립적인 운명의 개념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격적인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누가- 사도행전에서 하나님의 ‘계획’이나 ‘뜻’이라는 헬라어 명사 βουλή(불레)가 종종 사용되는 것은(눅 7:30; 행 2:23; 20:27; 27:12), 누가의 신학적 관심이 예수와 교회의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의 구원사적 뜻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빈번한 δεῖ(데이)동사의 사용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동사 δεῖ(데이)는 또한 종말론적 사건과 드라마가 하나님의 계시로 드러나게 됨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70인경의 다니엘서 2:28은 “오직 은밀한 것을 나타내실 이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 그가 느부갓네살 왕에게 후일에 될 일을 알게 하셨나이다”라는 구절에서, “후일에 될 일”(ἃ δεῖ γενέσθαι ἐπ᾽ ἐσχάτων τῶν ἡμερῶν = what will happen at the end of days)을 δεῖ(데이)동사를 사용하여 번역하고 있다. ‘일어나야 할 일’(necessary to become)을 예언하거나 계시하는 다니엘서의 묵시록 전통을 따라 요한계시록도 “속히 일어날 일”을 종 요한에게 예수가 계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계1:1).  δεῖ(데이) 비인칭 동사는 일어날 일, 이루어지게 될 사건을 말할 때 사용되고 있다(계 4:1; 22:6). 복음서 저자들도 종말론적인 사건과 드라마의 실현으로서 반드시 있게 될 것을 이 동사를 사용하여 말하고(막 13:10; 마 17:10; 요 10:16), 예수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예언과 그 성취에 이 단어를 특별히 사용한다(마 16:21; 눅 17:25; 24:7; 행 3:21; 17:3). 바울서신에서도 종말론적 드라마로서 예수의 통치(고전 15:25), 심판(고후 5:10), 부활의 영광(고전 15:53)을 하나님의 필연적 섭리로서 이 동사를 사용하여 선포한다.

기독교 세계관과 역사관은 애매하고 모호한 운명론으로 결코 말하지 않는다. 운명의 여신(moira)이나, 혹은 눈 먼 행운의 여신(fortuna, tyche)을 믿지 않는다. 기독교 복음의 역사는 펼쳐지고 있고, 성취되고 있는 구원의 드라마이다. 복음서 저자나 누가복음-사도행전의 저자, 바울서신이나 요한계시록의 저자는 이 사실을 분명히 확신하고 있다. 지극히 헬라적인 개념으로서 중립적이고 도덕적 의무의 필연성을 말하는 비인칭 동사 δεῖ(데이)이지만, 성경의 저자들은 모두가 하나님의 주권적인 신적 필연성을 이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강조하였다. 세상에 일어난 일, 일어나고 있는 일, 일어날 일은 δεῖ(= divinely necessary to become)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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