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커뮤니티   >   오늘의 묵상
찔러 본다 (이승정 목사)
2026-02-12 10:58:00
관리자
조회수   157

** 찔러본다 ** 

 

찔러본다

                                   최영철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햇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칙칙칙 소리 내는 압력밥솥을 열고 고구마와 감자가 익었는지 찔러 봅니다.
맛있는 저녁을 상상하며 달걀찜이 익었는지 찔러 보았습니다.
죽은 듯 잠자고 있는 이구아나가 살아있나 죽었나 찔러 봅니다.

 

시간을 앞당기니 옆 사람 눈치를 보며 옆구리를 찔렀던 기억이 살아납니다.
욕심에 끌리는 것들을 찔렀고, 소유하고 싶은 것들을 찔렀습니다.
이익이 되는 것들을 찔러 보았습니다.
욕망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주로 찔렀습니다.
내 중심으로 찔렀습니다.
인간 중심으로 찔렀습니다.
이런 나에게 시인은 훅하고 찌릅니다.


‘눈에 비친 것 말고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을 찔러 본 적이 있어?’
‘인간 말고 피조물로 찔린 적은 있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찌르고, 찔림을 당했던 기억이 없는 나에게 시인의 언어는 감각의 눈을 열어주었습니다.
햇살이 강아지를 찌르고, 비가 다랑이 논을 찌르고, 바람이 영글어 가는 과일을 찌르는 광경은 새로운 감각을 갖게 했습니다.
인간 중심의 관계가 아닌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모든 만물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감각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어울리고, 자연과 자연이 함께 하고, 피조물과 피조물이 이어지는 감각입니다.
상처없이 찔리고, 상처없이 찌르기 위해 찔릴 수 없는 것에 찔리고 찌를 수 없는 것들로 찌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이 관계를 맺는 방법이고 느끼는 감각입니다.
이 방법은 내 중심이 아닌 서로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관계를 맺어갑니다.
차가운 생각이 아니라 따스한 시선으로 이어져야 교감할 수 있고 내밀한 세계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을 시인은 ‘찔러본다’라는 시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찔러본다’는 말이 아픔이 아니라 생명과 사랑의 느낌으로 달려옵니다.
가슴에 박히는 따스한 햇살로, 천사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내 영혼을 ‘쿡’하고 찌릅니다.

웬수라 부르는 옆사람의 옆구리를 한번 찔러 보는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첨부 파일
공지 홈페이지 개편에 따른 [오늘의 묵상] 게시판 이용을 안내드립니다. 관리자 2025-09-08 723
3124 2026년 3월 5일 (목) - 하늘씨앗향기_비움 – 절제와 내려놓음!!(김옥성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3-04 20
3123 주변을 읽는 지햬 - 파상비행 (유대은 목사)    관리자 2026-03-04 37
3122 줄타기 - (이승정 목사) 관리자 2026-03-04 35
3121 2026년 3월 4일 (수) 십자가 묵상 - 주름진 십자가(김홍한목사)    묵상 관리자 2026-03-03 43
3120 2026년 3월 3일 (화)-로중_‘온 세상이 하나님께로 돌아와 그의 통치 아래 있게 되리라!’_이주형목사 묵상 관리자 2026-03-02 67
3119 2026년 3월 2일 (월) - 빌레로부터 온 이야기-눈물로 심고 기쁨으로 거두다_윤태현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3-01 84
3118 2026년 3월 1일 (주일) 말씀과삶(그의말을들으라), 288장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    묵상 관리자 2026-02-28 154
3117 2026년 2월 28일 (토) 사진그림묵상_순례자(김민수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27 210
3116 2026년 2월 27일 (금) 일점일획_빵, ‘레헴’(לֶחֶם)에 관한 묵상(김창주)(IBP) 묵상 관리자 2026-02-26 134
3115 2026년 2월 26일 (목) - 하늘씨앗향기_사순절!(김옥성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25 121
3114 주변을 읽는 지혜 - 시선 (유대은 목사)    관리자 2026-02-25 117
3113 2026년 2월 25일 (수) 십자가 묵상 - 하늘로 간 십자가(김홍한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24 108
3112 2026년 2월 24일 (화)-로중_‘주님의 백성인 우리를 속량하신 주님을 마음껏 찬송하며 살아갑니다!’_이주형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23 114
3111 2026년 2월 23일 (월) - 빌레로부터 온 이야기-가지치기의 아픔과 수확의 자리_윤태현 목사    묵상 관리자 2026-02-22 127
3110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 (이승정 목사) 관리자 2026-02-22 131
1 2 3 4 5 6 7 8 9 10 ...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