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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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의 힘 / 메시지 해설 포함
2025-09-20 10:56:14
김민수
조회수   54

성령강림 후 15/창조절 3(20250921) 
부드러움의 힘
갈라디아서 5:2223, 민수기 12:3, 시편 18:35, 마태복음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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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러분,
동양의 고전은 오래 전부터 외유내강(外柔內剛)’을 가르쳐 왔습니다.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속은 강해야 한다는 지혜입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이 말을 거꾸로 읽습니다. 조금만 부드러우면 만만하게 보이고, 한 번 양보하면 뒤처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강하게 보이려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려 합니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하는 세상이다보니 강해야 산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지난 30여 년 목회 현장을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입니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제 주장을 관철할 때 너무 직선적이었고, 선배의 잘못을 지적할 때도, 후배를 꾸짖을 때도, 신학 논쟁을 할 때에도 너무 강하게 나갔습니다. 마음은 여린데 겉으로는 강한 사람처럼 보였고, 가까운 분들은 그런 저를 좋아하고 이해해 주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방향은 분명했지만, 조금 더 부드럽게, 온유했더라면 어땠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완고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늘 경계하며 부드러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기에 이 정도 삽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워져야 합니다.

 
성령의 열매와 가을의 결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성령을 따라 살면 저절로 맺히는 열매를 소개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기쁨과 평화와 인내와 친절과 선함과 신실함과 온유와 절제입니다.” (5:2223). 그 중에 온유는 여덟 번째 열매입니다.

열매는 하루아침에 맺히지 않습니다. 씨앗이 뿌려지고, 계절을 지나며, 바람과 햇볕과 비를 견뎌야 맺힙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곡식과 과일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신앙인의 삶도 그렇습니다. 성령 안에서 자라난 믿음은 어느 순간 딱딱하고 날카로운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말랑말랑 하지만 속이 꽉찬 온유한 열매로 드러나야 합니다. 온유한 신앙은 미성숙한 신앙이 아니라 성숙한 신앙입니다.

 

 모세 지도자의 온유

  민수기 12장은 모세를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 사람 모세는 세상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온유한 사람이었습니다.” (12:3)

여기서 온유하다는 말은 단순히 성격이 유순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모세는 강력한 지도자였습니다. 백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넜고, 신의 산에서 율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원망과 불평 앞에서도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했습니다.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하나님을 따르라고 말했습니다. 힘의 근원이 하나님에게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하나님을 따르라!”했습니다.

부드러움은 무력함이 아니라, 자기 힘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기는 능력입니다. 모세의 온유는 지도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하나님께 의지하는 겸손에서 나왔습니다. 그것이 모세를 가장 온유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윗 용서의 온유

 시편 1835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의 온유하심이 나를 붙드시고, 나를 크게 하셨습니다.”

다윗의 삶은 끊임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왕이 되기 전 그는 사울에게 쫓기며 광야를 떠돌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이나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칼을 거두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다했지만, 다윗은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자를 내 손으로 치지 않겠다.” 그는 원수의 생명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다윗의 온유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에서 나온 부드러움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복수해야 마땅했지만, 다윗은 칼을 들지 않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기다림은 다윗을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도 오래 참고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예수 십자가의 온유

온유함의 결정판은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을 것이다.” (11:29)

예수님의 온유의 정점은 십자가에서 완성됩니다. 조롱과 채찍, 십자가의 고통 앞에서도 폭력으로 맞서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가 칼을 뽑자, 주님은 칼을 집어 넣으라고 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도 예수님은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드러움은 단순한 성격적 온화함이 아닙니다. 단순히 착한 것이 아니라, 폭력과 죽음을 넘어서 세상을 구원하는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십자가에서 드러난 온유는 인간이 행사하는 폭력보다 강하고, 죽음보다 강했습니다.

 

부드러움의 지혜

 부드러움은 성경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철학 속에서도 귀한 덕목으로 여겨졌습니다.

동양철학의 거장 노자는 도덕경에서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고 말했습니다. 도덕경 8장에 상선약수라는 말이 나옵니다. ‘가장 높은 선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며, 스스로 겸손히 머뭅니다. 부드럽고 약해 보이지만, 결국 단단한 바위도 깎아내고 길을 내는 힘을 가집니다.

 독일 문학의 거두 괴테는 말했습니다. “성숙이란 점점 더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젊을 때는 이기심과 경쟁심이 앞서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짜 성숙은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마음이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온화해지고 너그러워지고 자기를 낮추는 데 있습니다. 마치 잘 익은 과일이 단단함을 잃고 부드러워지듯, 사람도 세월이 지날수록 타인의 아픔에 더 공감하고, 다른 이의 입장을 더 많이 이해하며,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삶이 성숙한 삶입니다. 결국 성숙은 강함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완성되는 삶의 깊이인 것입니다.

 현대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유한 사람은 힘없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세상은 흔히 온유를 나약함이나 무기력으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나우웬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진짜 온유한 사람은 자기 안에 분노와 힘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며, 그 힘을 파괴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부드러움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아니라, 상처 주는 말을 삼키고, 보복할 기회를 내려놓고, 대신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내적 힘입니다. 그러므로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된 가장 강한 힘입니다.

 

삶의 지침 부드러움의 열매 7가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떻게 부드러움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하실 분들을 위해 7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말을 부드럽게 옳은 말이라도 거칠고 날카롭지 않게 부드럽게 사랑으로 전하라.
표정을 부드럽게 부드러운 얼굴이 가장 큰 환대요, 메시지다.
시선을 부드럽게 정죄하지 말고 이해의 눈으로 보라.
판단을 부드럽게 성급히 단정하지 말고, 타인의 입장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기다려 주라.
타인을 부드럽게 권위가 아니라 섬김으로 대하라. 타인 위에 군림하지 마라.
자신을 부드럽게 세상이 다그칠 때, 스스로를 나를 품어 주라.
하나님 앞에서 부드럽게 강한 자아(고집, 계획)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은혜에 맡기라.

 7가지 모두를 실천하기 어렵다면, 하나만이라도 하십시오.

 

익어가는 신앙, 부드러움의 힘

 사랑하는 여러분,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닙니다. 성숙의 힘입니다.

모세는 겸손으로, 다윗은 용서로, 예수님은 십자가의 사랑으로 온유를 보여주셨습니다. 가을 열매가 부드럽게 익어가듯, 우리의 신앙도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온유해져야 합니다. 가정과 교회와 이 땅이 성령의 열매, 특히 부드러움의 열매로 가득 차기를 소망합니다.

 

거둠기도

주님, 가을의 열매처럼 우리의 믿음도 성숙하게 하소서. 모세처럼 겸손히, 다윗처럼 용서하며, 예수님처럼 사랑으로 온유하게 살게 하소서. 우리의 말과 표정, 시선과 판단이 부드러워지게 하시고, 타인과 자신, 하나님 앞에서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옵소서. 부드러움이 연약함이 아니라 사랑의 힘임을 깨닫게 하시고, 우리의 삶이 성령 안에서 더욱 익어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부드러움의 힘 해설  https://youtu.be/eW21D1-e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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