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에 대하여 (On Discernment)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 렌즈는
자라온 환경, 배운 지식, 반복된 경험, 깊은 상처, 채워지지 않은 욕망, 해결되지 않은 두려움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빚어진 렌즈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가려버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말한다.
“나는 봤다”, “나는 들었다”고.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였을까?
보았지만 진실을 놓쳤고, 들었지만 진심은 지나쳤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 왜곡이 너무 익숙해서,
내가 왜곡된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간다는 데 있다.
그 렌즈는 나를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진실로부터 나를 점점 멀어지게 한다.
결국 안목의 문제다.
안목은 단순히 잘 보는 능력이 아니다.
안목은 마음을 통과한 시선,
곧 세상을 해석하는 태도이며,
타인을 대하는 깊이이고,
삶의 본질을 향한 지향이다.
진정한 안목은 지식이 아니라 영성의 열매다.
안목은,
겉을 넘어서 속을 보고,
말 너머 뜻을 읽으며,
침묵 속의 떨림도 알아차리는 감각이다.
그것은 기도하고, 묵상하고, 경청하는 삶 속에서 자란다.
지식은 쌓을수록 나를 높이지만,
안목은 깊어질수록 나를 낮춘다.
왜냐하면 안목이 있는 사람은
진실이 언제나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사람은 누구나 연약하다는 것을 알며,
사랑이 없다면 모든 통찰은 공허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는
정보와 자극은 넘쳐나지만,
깊은 안목을 가진 사람은 점점 더 드물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주님,
저의 눈을 벗기시고,
당신의 눈으로 다시 세상을 보게 하소서.
저의 귀를 다시 여시고,
당신의 마음으로 사람들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진실을 놓치지 않는 눈,
사랑을 놓지 않는 귀를 제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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