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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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의 대화
2025-09-27 05:17:45
김민수
조회수   54

성령강림 후 16/창조절 4(20250928) 
의심과의 대화
요한복음 2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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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9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이제는 아침저녁에 시원하다 못해 쌀쌀함이 느껴집니다. 저는 사계절 중에서 가을을 제일 좋아했었습니다. 풍성한 가을의 열매는 여름에 빚을 지고 있고, 여름은 봄에, 봄은 겨울에 빚지고 있습니다. 이런 계절의 순환을 생각하다보니 요즘 교회에 여름에 해당되는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이 사라진 미래의 교회는 과연 희망이 있을까? 그런 우려 속에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청년들의 부재와 불확실성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의 현실 중 하나는 청년들의 부재입니다. 교회학교와 청년부가 텅 비어가고, 젊은이들은 점점 교회를 멀리합니다. 그러나 신천지와 같은 이단 단체에는 오히려 청년들이 가득합니다. 청년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데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의 청년들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갑니다. 직업, 관계, 미래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문이 많고, 의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질문하고 의심하는 일은 지치고 힘든 작업입니다. “정답이 없는 진리앞에 서는 것은 버겁습니다. 그러다보니 청년들은 삶의 과제도 버거운데 신앙 혹은 진리에 대한 고민까지 할 여력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분명한 해답을 주기를 갈망합니다.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이 이단과 사이비 집단입니다. 사이비 이단들은 여기에 확실한 정답이 있다, 믿기만 하면 된다고 속삭입니다. 일부 교회조차도 깊은 성찰 대신 믿습니까? 아멘!”을 반복하며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합니다. 불안한 청년들에게 이 단순한 구호는 위로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그런 곳으로 청년들이 몰립니다.

그러나 이것은 참된 신앙의 길과는 거리가 멉니다.

 

진리는 정답이 없습니다

 신앙은 무조건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심을 통과하면서 자라납니다. 성경 속 인물들도 하나님께 끊임없이 묻고, 따졌습니다. 진리는 간단한 정답지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탐구하며 서는 여정입니다.
 우리가 믿는 진리는 분명 하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진리를 담아내는 언어와 고백은 다양합니다.

햇빛은 하나이지만, 유리를 통과하면 굴절되고, 물 위에서는 은빛 물결로 반짝입니다. 빛은 하나이지만, 받아들이는 모습은 다채롭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월의 자작나무 새순을 빛나게 하는 햇살이 가장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한 분이시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고백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바울은 믿음, 소망, 사랑으로, 요한은 빛과 어둠으로, 시편 기자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로 고백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붙드는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인가, 그분을 통해, 그분의 빛으로 세상과 자신을 새롭게 보고 있는가입니다.

 

진리에 대한 사유

문학과 철학은 신앙의 본질을 비추어 줍니다.

릴케: “진리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끝없는 질문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의심을 신앙의 반대말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릴케의 말처럼, 진짜 신앙은 답을 외우는 데서 자라지 않습니다. 릴케의 말은, 의심을 신앙의 반대가 아니라 성숙으로 가는 과정으로 본 것입니다.

쿤데라: “삶은 단 한 번뿐이기에, 언제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그리스도 안에서 방향을 잡고, 그 길 위를 걸어가는 것뿐입니다.

키르케고르: “신앙은 객관적 확실성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하나님께 도약하는 것이다.”
신앙이란 확실성의 소유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도 하나님께 몸을 맡기며 도약하는 용기입니다.

가브리엘 마르셀: “진리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
진리를 가진 사람처럼 군림하려 드는 태도는 이단이든 교회든 위험합니다. 진리는 우리가 붙잡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공동체와의 삶 속에 참여할 때 드러나는 은혜입니다. 이들의 말은 도마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신앙은 억지로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질문하고 흔들리며, 결국 고백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보여 줍니다.

 

도마의 의심과 고백 (20:2429)

예수의 부활 소식을 들었을 때 도마는 공동체 자리에 없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우리가 주님을 보았다고 증언했을 때, 도마는 정직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않겠다.”

여드레 뒤, 예수께서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네 손가락을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예수님은 도마의 의심을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의 질문을 받아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의심을 무시하지 않으십니다. 질문을 통과할 때 신앙은 더 깊어집니다.
그제야 도마는 고백합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요한복음 전체에서 가장 분명하고 깊은 고백입니다. 의심을 통과한 믿음은 억지 아멘보다 더 진실하고 강력합니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이 있다.”

도마의 믿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장차 올 세대곧 우리를 향해 축복하신 말씀입니다.

 

우리 삶에 주는 메시지

사랑하는 여러분 ,의심과 믿음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도마는 단순히 의심 많은 제자가 아니라, 정직하게 질문한 제자였습니다. 그의 의심은 더 깊은 믿음의 고백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신앙입니다.

의심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의심을 지나며 신앙은 자랍니다.
정답보다 진리를 붙듭시다. 신앙은 시험 문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동행입니다.
참여하는 신앙을 살아갑시다. 진리는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과 공동체 안에 참여할 때 드러납니다.

 한남교회는 다음 세대를 품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무조건 아멘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의 질문을 존중하는 소그룹을 세워야 합니다, 신앙적인 의심을 나눌 수 있는 그들만의 안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딜지 몰라도 그래야 살아있는 신앙, 지속가능한 신앙, 가을을 넘어 겨울, 겨울을 넘어 봄과 여름을 지나며 거목이 되는 뿌리 깊은 나무와도 같은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참된 아멘은 무조건 믿는 맹신이 아니라, 흔들림을 지나 의심을 지나 고백으로 나온 아멘이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입술로 드리는 아멘이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는 아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거둠기도

자비로우신 하나님,
우리를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 두셨으나,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도마처럼 질문하며 흔들릴 때도 주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결국 더 깊은 고백으로 이끄시는 줄 믿습니다.
우리의 아멘이 억지로 외친 소리가 아니라, 삶으로 증거되는 고백이 되게 하소서.
특히 우리가 정답을 강요하는 세상이 아니라, 진리와 동행하는 교회 안에서 질문하고 자라게 하옵소서.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는 도마의 고백이 오늘 우리의 고백이 되게 하시고, 보지 못하고도 믿는 복된 자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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