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나타내는 히브리어 “헨(חן)”에 대한 묵상(1)
송민원
히브리어 헨(חן)은 두 가지 의미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불쌍히 여김, 긍휼히 여김, 2) 공짜, 값없음, 이유 없음, 까닭 없음.
창세기 33장 5절에 “너와 함께 한 이들은 누구냐”고 묻는 형 에서의 질문에 대해, “하나님이 은혜로 주신 자식(개역)”이라는 야곱의 대답은 하나님께서 야곱 자신을 불쌍히 여기신 것 외에 다른 아무 이유 없이 자식들을 자신에게 선물로 주셨다는 뜻입니다. 성경에 많이 쓰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은혜 베푸시기를 원합니다”라는 표현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당신을 긍휼히 여기셔서 값없이, 공짜로, 아무런 이유나 대가 없이 베푸시기를 원한다는 뜻이 됩니다.
요나서는 이 “은혜”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선지서입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재배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 버린 이 박넝쿨을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 (욘4:10-11 개역개정)
박넝쿨(피마자)은 요나가 애써서 얻은 것도 아니고 어떤 자격이 있어서 받은 것도 아닙니다. “공짜로, 값없이(=은혜)” 받은 것입니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괴로워할 요나를 “불쌍히, 긍휼히(=은혜)” 여기신 하나님께로 비롯된 것입니다(“하나님 여호와께서 박넝쿨을 예비하사 요나를 가리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머리를 위하여 그늘이 지게 하며 그의 괴로움을 면하게 하려 하심이었더라” 욘4:5 개역개정). 자격 없는 니느웨 백성들을 “불쌍히, 긍휼히” 여기신 “은혜의 하나님”(욘4:2)이 못마땅해서 화를 내는 요나에게, 은혜란 요나가 받은 박넝쿨과 마찬가지로, 어떤 수고와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고, 또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대상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친히 알려주십니다. 하나님께서 니느웨 백성들에게 은혜 베푸시기로 결정하셨다면, 그것은 니느웨 백성이 그 은혜를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께서 공짜로, 값없이 주시는 것입니다. 구약의 무서운 “심판의 하나님”이 신약 시대에 와서 사랑이 넘치는 “은혜의 하나님”으로 변했다고 믿고 있는 분이 아직도 계신다면, 그 생각을 고치시기 바랍니다. 요나서는 구약에 있습니다.
“은혜를 입다, 은혜를 얻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의 관용 표현은 참 흥미롭습니다: מצא חן בעיני~(마차 헨 브에이네이-). 즉, “상대의 눈에서 은혜를 발견하다”라는 표현입니다. 영어 번역 성경의 “to find favor in someone’s eyes”는 이 히브리어 표현을 직역한 것입니다. 우리말에서는 은혜를 상대에게서 얻거나 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히브리어 표현으로 은혜는 상대방의 눈 속에서 자신을 향한 불쌍히 여김, 긍휼히 여김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히브리어 관용 표현을 볼 때마다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제가 지금껏 만난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언제나 자랑하는 저의 매제입니다. 교회 안수집사로서 가정과 교회와 직장 뿐 아니라 주위 모든 분들을 항상 성심을 다해 대하고 돕는 친구입니다. “예수님이 지금 이 곳에 계신다면 아마 언니 남편 같을거야”라는 주위의 칭찬에 제 여동생은 “너도 예수님하고 한번 살아봐”라고 불평을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누구나 그 요청이 거절당할 염려를 조금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매제의 눈은 정말이지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형님,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더 필요한 것은 없으신가요?”를 진짜 기쁘게 묻는 그의 눈 속에서 저는 “은혜를 발견”합니다. 이런 훌륭한 인간이 못 되는 저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으면 가장 먼저 머리 속에서 스케줄 표부터 살핍니다만, 언젠가는 저 역시도 "눈 속에서 은혜가 발견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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