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솔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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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어! (1)
2025-11-21 10:51:24
신솔문
조회수   34

1.

 

공동의회에서 안 되었다고 하네. 이거 참...”

 

벌써 이십 년이 지난 일이네요.

전화로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쓰나미처럼 덮쳤던 좌절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

 

[1]

 

한 농촌 교회에서 근무한 지 만 6년이 되어갈 즈음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도시 목회를 일정 기간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부탁을 받아들여 도시의 교회를 찾고 있었는데요.

 

잘 아는 장로님이 고맙게도 어떤 교회와 연결해 주셨습니다.

 

교회가 두 그룹으로 분열된 상황이었으나

저를 청빙하자는 한쪽 제안을 반대쪽에서 받아들여

주일 오후예배에 방문하여 설교를 하였고

예배 후 양쪽 대표와 모여

이사 날짜까지 의논하였기 때문에

공동의회는 요식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동의회에서 부결되었다니...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저에게

연결해 주신 장로님이 주신 힌트는 이것이었습니다

 

아무개 목사님이 장난(作亂)을 쳤다고 해

 

(‘장난이라는 표현이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립적인 표현, 예를 들어 개입같은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2]

 

좌절의 긴 밤을 보내고 맞은 월요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그 교회의 중직자였습니다.

아시는 분이 아니었고요.

전화하신 이유는

공동의회 투표 결과에 당황한 교인들이 강하게 반발하여

교회에서 다시 공동의회를 하기로 했으니

청빙에 응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명예 회복을 해준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갈 수 없다고 사양하였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거부당한 경험으로 자신감이 타격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명예 회복을 위해 애쓰신 분들을 위해서 그랬습니다.

이렇게 부임하고 나서 제가 목회를 잘 해내면탈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두고두고 공동의회를 다시 추진한 분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양해도 그 중직자가 뜻을 굽히지 않아

보류 상태로 있다가

목요일이 되어서야

그 교회에 가지 않는 것으로 일련의 일들이 마무리되었습니다.

 

 

[3]

 

흥미로운 것은

이 일에 대한 소문입니다.

아마 지금도 이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다시 공동의회를 했는데 설교를 못해서 또 부결되었다.”

 

 

3.

 

그 소문에 대한 해명을 위해

옛날 일을 꺼낸 것은 아니고요.

 

나도 그랬어!”라는 말이 주는 위로를 말씀드리려고요.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에서 전설적인 권사님이 계십니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옛날 설교에서는 많이 등장했지요.

 

산전수전 겪으면서도 신앙의 길을 걸어오신 분인데

어려운 일을 겪는 교인에게 다가가 토닥이면서

나도 그랬어!”하면

힘든 일을 겪는 분들이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위로를 받았다고 해요.

 

저도 이 권사님 흉내를 내는 때가 있습니다.

청빙 과정에서 좌절을 겪는 후배 목회자가 있다면

조용히 다가가서 토닥거리며

이 말을 해줍니다.

 

나도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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