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포
창문은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습니다. 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창가에 걸린 속옷과 의자 하나, 살짝 열린 문틈은
그 안에 누군가 살아가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우리는 보지 못하면서도 알고, 확인하지 못하면서도 짐작합니다.
세상은 이처럼 보이는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표지입니다.
연기를 보면 불을 알고, 발자국을 보면 지나간 사람을 압니다.
작은 흔적 하나가 존재 전체를 말해 줍니다.
하나님도 우리에게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하나님을 직접 보여 주기보다 자연을 통해, 사람을 통해,
사건을 통해, 비유와 상징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도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기보다 씨앗과 겨자나무,
누룩과 포도원의 이야기로 들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메타포를 통해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안목입니다.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사람이 진실에 가까이 갑니다.
예수께서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볼 눈이 있는 자는 보라"라고 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귀와 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듣고 같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하는 눈을 갖는 일입니다.
블라인드 너머의 삶을 짐작하듯, 우리는 세상 너머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흔적을 읽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진리는 언제나 드러난 것보다,
그것이 가리키는 곳에 더 깊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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