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기도회 때 후미진 마을도 운행합니다.
2차선 양옆으로 소막(우사)들이 있고요.
몇 개월 전부터 한 소막에서 키우는 개들이 어두운 도로에서 종종 보였습니다.
밤에 소막에서 퇴근하면서 어미 개를 풀어 놓으면
어미 개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새끼들도 따라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미 개는 흰색, 새끼들은 검은색에 가까운 것이 특이했습니다.
이제 새끼들도 제법 컸고요.
그렇지 않아도 고라니 때문에 신경 쓰는 길인데
개들까지 설쳐서 더욱 민감한 길이 되었습니다.
요즘도 교인 데리러 가는 길은 캄캄합니다.
어제 그 소막에 접근해갈 때
흰색 어미 개가 중앙선에 버티다가 반대 차선으로 살며시 물러났습니다.
차선을 막는 느낌이 들어
‘이제 교통경찰 행세를 하네’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미 개가 그랬던 이유는 그 길을 다시 지날 때 드러났습니다.
반대편 차선 가운데에 새끼 한 마리가 교통사고로 죽어 있었습니다.
새끼에게 또 차가 덮치지 않도록
어미 개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최대한 차들을 막고 있었던 것이지요.
새벽기도회 끝나고 운행할 때 보니
새끼 옆을 어미 개가 멍하니 지키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출근할 때까지 그렇게 있었겠지요.
그 광경을 휴대폰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즉각 그 마음을 버렸습니다.
슬픔에 빠진 어미 개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서요.
2.
우리 같은 설교자에게 이런 경험은 매우 요긴한 예화 재료입니다.
그러나 이 경험을 우리 교회에서 언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무심코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다짐을 해두어야 합니다.
지금은 지하 차로가 생겨 교통사고가 드물지만
옛날에는 교통사고가 잦았던 지역이고
오래전 목회자 한 분도 이곳에서 교통사고로 소천하셨습니다.
교인 몇 분이 이런 슬픔을 겪었다는 것을 제가 ‘비공식적’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예화가 그분들의 아문 상처에 덧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이 유발하는 부정적 결과까지 고려해보는 세심함이
설교자에게 필요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나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 30년 전 일입니다.
부임하고 몇 개월이 지난 주일 설교에서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성도”에 대한 언급했던 모양입니다.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고 그 주중에 접한 연예인 뉴스를 잠깐 언급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일에 대한 평소 입장을 언급했을 것이므로 이런 내용이었을 겁니다.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한 성도가 엄청난 잘못을 했고 그로 인해 하나님의 긍휼에서 차단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 일에 대한 우리 기독교의 강한 입장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성도를 정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도들을 지키려는 목회적 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는 신실한 성도들을 설득하기 위해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선의의 협박을 한 것이지요...”
저도 잊어버린 이 짧은 언급을 몇 년이 지난 후, 한 교인이 지나가는 말로 거론하시면서 감사를 표하셨습니다.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마음속 응어리 하나가 녹아졌다고요. 두루뭉술하게 말씀하셨지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는 이분이 겪은 슬픈 일을 목회자로서 ‘비공식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
화자(話者/설교자)인 우리들이 세심하게 숙고하고 주의해서 언표하지만, 다 파악이 불가능한 청자(聽者/회중)들의 상황에 따라 화자의 언표가 긍정적 결과를 낳기도 하고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성령께서 이 과정에 개입하셔서 긍정적 결과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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