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집트 총리인 요셉은 형제들을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맞이합니다. 요셉의 한 맺힌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파라오 궁에서까지 들렸다고 하지요(2절). 그 후 요셉은 가족을 가나안 땅에서 이집트로 이주시키는 일을 합니다. 형제들을 가나안 땅으로 보내 아버지 야곱을 모시고 오게 합니다. 온갖 선물과 함께 가나안 땅으로 형제들을 보내면서 요셉이 당부한 말이 바로 “길에서 다투지 마세요”입니다.
21이스라엘의 아들들이 그대로 할새 요셉이 바로의 명령대로 그들에게 수레를 주고 길 양식을 주며 22또 그들에게 다 각기 옷 한 벌씩을 주되 베냐민에게는 은 삼백과 옷 다섯 벌을 주고 23그가 또 이와 같이 그 아버지에게 보내되 수나귀 열 필에 애굽의 아름다운 물품을 실리고 암나귀 열 필에는 아버지에게 길에서 드릴 곡식과 떡과 양식을 실리고 24이에 형들을 돌려보내며 그들에게 이르되 당신들은 길에서 다투지 말라 하였더라 (개역개정)
24형들과 아우를 떠나보내면서 요셉은 도중에 서로 탓하지들 말라고 당부하였다 (공동번역 개정판)
24요셉은 자기 형제들을 돌려보냈다. 그들과 헤어지면서, 요셉은 “가시는 길에 서로들 탓하지 마십시오” 하고 형들에게 당부하였다 (새번역)
24요셉이 형들을 내보내어 그들이 떠났다. 요셉은 형제들에게 당부했다. “길에서 흥분해서 싸우지들 마십시오.” (새한글)
2.
요셉이 왜 이런 부탁을 했을까요? A가 B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앞으로 착하게 살아라”고 당부하는 것은 B가 평소에 “착하게 살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듯이 요셉의 형제들이 평소에 많이 다투기 때문일까요?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투지 말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기본형은 ‘라가즈’인데 1차적 의미는 심리적인 동요(動搖)라고 합니다. 두려움 등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화를 내는 것으로 표출되기 쉽기 때문에 “화를 내다”는 의미가 파생되었고요. 성경의 번역들은 이 파생적 의미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번역문처럼 요셉이 형제들에게 다투지 말라고 했을지라도 요셉은 형제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두려움(공포나 불안)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형제들의 마음을 동요하게 만드는 두려움을 성경학자들은 이렇게 추정합니다.
① 노상강도들의 습격에 대한 불안
② 이집트 이주라는 큰 변화에 대한 불안
③ ‘트럼프’처럼 요셉이 돌변해서 용서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④ 아버지 야곱에게 총리가 된 요셉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르면 삼박은 하겠는데요. 그러나 인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다 요셉의 계획을 틀어지게 할 수 있지요.
그래도 이 중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③인 듯합니다. 훗날 아버지 야곱이 죽자, 형제들이 이 두려움을 다시 꺼내 들거든요(창 50:15). 이 ③에 대한 공포와 ④에 대한 걱정이 결국 “상황을 이렇게 만든 책임이 어떤 형제에게 있는지 따지는 다툼”으로 가지 않도록 요셉이 당부하고 있는 것이지요.
3.
몇 주 전, 강원도 화천과 인접한 경기도 가평의 “명지산”을 갔습니다. 새벽에 출발하여 5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후(휴가 기간이라 한강 넘어서 교통 체증)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비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단비라서 불만은 없지만 계속 산에 올라야 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비교적 높은 산이고 처음 가는 산이라서 포기하고 내려가다가 그 산을 잘 아는 분들을 만나 다시 올라갔는데요. 만약 초행길인 우리들이 호우 속에서 산에 오르다가 위험한 상황을 만나면 두려움과 함께 왜 산에 오르는 결정을 했는지 책임 추궁을 하게 될 겁니다. 제가 결정했다면 자책일 것이고요, 동반자가 했다면 잠시라도 원망을 했겠지요.
인생 길에서도 그렇습니다. 힘들고 어렵고 두려운 상황을 만나면 요셉이 형제들에게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쉽습니다. 원망이나 다툼입니다. 요셉이 당부해서 그런지 이 일이 요셉의 형제들에게서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이집트에서 나와 광야 길을 갈 때 모세가 이런 다툼으로 고초를 종종 겪었지요.
두려운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혹은 잠시라도 원망이나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서는 안 됩니다. “함께 헤쳐나가야 할 길”이니까요. 네비게이션이 다시 경로를 잡듯이 다시 지혜를 모으고 기도하고 힘을 내어 동반자와 함께 전진해야 합니다.
[註] ‘초록’(抄錄)은 완성한 글의 요약을 뜻합니다. 그러나 저의 초록은 초고(草稿) 의미도 있습니다. 설교문 작성하기 전의 착상(着想)이기 때문입니다. ‘새가정사’의 가정예배서 26일(수요일) 본문이 창 45:16-28이었는데 24절이 인상적이어서 30일 주일예배 설교 주제로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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