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솔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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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달관 (창 8:21-22)
2025-12-29 08:58:32
신솔문
조회수   41

 

1.

 

수십 년 전, 마을에 사는 제 또래의 폭력적인 알코올중독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정상적인 삶으로 안내하는 노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겪은 일을 처음부터 적는다면 그것 그대로 서스펜스와 스릴이 있는 단편소설이 될 것 같군요(그래도 그 사람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랬습니다. '바탕은 착은 사람이야').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실망감에 쓰러져 한참 흐느꼈으니까요.

 

그때 일반 목회자로서 특수 목회의 어려움을 절감했고 그때 제 마음에 각인된 에피소드가 최일도목사님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수집해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강원도 어느 산 바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이었군요. 밤에 그 지역 지나가다가 산 정상 근처에 대규모의 조명이 보이면 그게 용문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군부대가 있거든요.

 

 

2.

 

[CBS 노컷뉴스 21. 11. 26]

 

그날이 바로 19881111, 청량리 역 광장에서 내 눈 앞에서 쓰러진 할아버지 한 분을 본 거예요. 나흘을 굶어서 길에 쓰러진 할아버지가 제 인생을 바꿔 버린거죠. 함경도 할아버지였는데,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온 분인데 그분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본인도 말을 안 하셔서 아무도 몰라요. 그렇게 살다 돌아가셨어요.

 

그날 함경도 할아버지에게 '아직도 식사를 못하셨어요? 하루 세끼를 다 굶어서 어떻게 하냐'고 내가 걱정했더니 손을 이렇게 네 개를 펴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세 끼를 굶은 게 아니고 네 끼를 굶었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아니 나흘을 굶었어' 그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이렇게 올림픽도 개최한 우리 대한민국이 왜 나흘을 굶도록 방치할까. 그래서 그 한 분에게 밥을 해드린 것이 하루 이틀 하다 보니 1, 2년 됐고, 1020년 지나 벌써 30년 지난 거지. 무슨 계획 없어요. 무슨 뜻이 있어서 한 거 아닙니다. ()

 

가장 큰 기억은 역시 또 한 분의 할아버지인데 제가 한 5년간 배식을 하다가 너무 지쳐서 더 이상 못하겠다 하고 용문산으로 도망갔는데 거기서 용문사 절 위에 큰 마당바위라고 있는데 거기서 처량하게 사흘 굶으며 굶식기도를 했죠. 금식기도가 아니라. 당시에 무료급식 만 5년 지났을 때 어머니도 반대, 아내도 반대, 그때 제 아들도 저를 끌어안더니 '아빠 나 창피해 죽겠어'그러더라고 '왜 창피하냐' 그랬더니 아빠 왜 아빠는 이렇게 살아야 돼?’ 그러는 거예요. ‘동네 사람들이 아빠 진짜 목사 맞냬요?. 무슨 목사가 거지들 밥만 해줘, 예배당도 없고.’ 그 말에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았죠. 그리고 한 5년 하니까 관두라는 사람들 밖에 없더라고요. 그만하라고. 지원해주던 사람들도 이제 그만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끝나는 게 정말 옳은 건가 물었는데, 용문산에서 한 사흘 굶고 나흘째 됐을 때 어디서 밥하는 냄새가 나서 찾아가 보니까 진짜 텐트를 쳐놓고 뜸을 들이는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이 산 저 산 다니면서 약초 캐는 할아버지인데 이분이 제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니까 '너 밥 거저 얻어먹으려고 그러지?' 딱 그러더라고. '멀쩡한 놈이 거저 먹을 생각을 하냐?', 그래서 '죄송합니다' 하고 그냥 갔어요. 제가 기도하던 바위로.. 그랬더니. 다시 오라고 큰 소리로 부르더라고요. 갔더니 '나 그렇게 야박한 인간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너 이 밥 먹고 내 부탁 하나 들어줘라' 그래요. '어르신 부탁이 뭡니까?' 그랬더니 '청량리를 가래요. 나더러. 왜 청량리를 가요? 했더니 '거기 최일도가 밥 거저 줘. 너 모르냐. 너 못 들어봤냐?'.

 

그때 제가 얼마나 소름이 끼쳤겠어요. 그때 최일도가 최일도를 찾아가는 그게 진정한 저의 거듭남이에요. 함경도 할아버지가 역 광장에 쓰러졌을 때는 인간적인 내가 뭔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이 컸었을 텐데, 모든 사람 반대, 아내와 어머니도 반대, 모두가 반대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 할아버지가 너 청량리 가라 그러더라고요.

 

그것도 최일도한테, 최일도인 줄 모르고 최일도 찾아가라. 밥 거져 줘. , 밥만 얻어먹지 말고 리어카 하나 사달라고 해서 인생 새로 시작하래요. 저는 그걸 하나님 음성으로 들은 거예요. 그분을 평생 잊을 수가 없어요. 함경도 할아버지, 용문산 할아버지가 저를 저되게 하신 거죠.

 

 

[조선일보 19. 02. 23]

 

최 목사도 한때 방황했다. 1993년의 일이다. 선배 목사의 도움으로 예배당을 열었는데 아수라장이 됐다. 똥 싸고 누운 사람, 음식 토하는 사람, 소주병 깨고 싸우는 사람, 패싸움. 그도 한계에 부딪혔다. 청량리경찰서 형사에게 뒷수습을 부탁하고 외쳤다. "청춘 다 바쳤는데 난 이제 안 합니다! 청량리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눌 거예요."

 

그 형사가 뭐라고 하던가요.

 

"밭을 보고 씨를 뿌려야지. 거기는 씨 뿌릴 데가 아니야."

 

격려를 받았군요.

 

"무작정 뛰어 경춘선을 탔어요. 춘천 가서 머리 좀 식히려고요. 그런데 잘못 타 태백 가는 열차였어요. 또 수중에 돈 한 푼이 없는 겁니다. 검표원에게 쫓겨나 양평 용문역에 내렸지요."

 

그래서요?

 

"용문 계곡을 터벅터벅 걸었어요.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 같아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요. 사흘째 아침에 밥 냄새가 납니다. 굶으면 그렇게 개코가 돼요. 가보니 할아버지가 텐트를 치고 아침밥을 짓고 있다가 '너 도둑놈이지?' 해요.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돌아서는데 할아버지가 불렀어요."

 

뭐라 했습니까.

 

"내가 인심이 야박한 놈은 아닌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너 이 밥 먹고 당장 청량리로 가라."

 

청량리요?

 

"거기 가면 최일도라는 목사가 밥을 줄 거다. 인생 새로 시작해라! 소름이 돋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믿기 어렵네요. 굶주려 정신착란에 빠지거나 꿈을 꾼 것 아닌가요.

 

전혀요. 그 용문산 할아버지를 찾으러 몇 번 더 갔는데 못 만났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통렬한 사건이었어요

 

 

[다일공동체 웹사이트 22. 03. 06]

 

최 목사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1988년 시작한 사역이 5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은 것이었다. 그 시절 용문산에서 사흘간 금식기도 하던 중 우연히 냇가에서 밥 짓던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초췌한 모습의 최 목사에게 너처럼 밥도 못 먹는 이들을 먹여 살리는 최일도 목사라는 분이 청량리역에 있으니 가보라고 했다고 한다. 좌절한 최 목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한마디였다.

 

 

[고신뉴스 21. 06. 23]

 

1988년 청량리 굴다리 밑에서 만난 노숙인에게 라면 한 그릇을 대접하며 시작된 다일공동체최일도 목사의 유명세와는 달리 그가 완전히 탈진하여 도망간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일공동체 사역이 5년 만에 한계에 부닥친 시점이다. 평생 아들을 위해 기도하던 어머니와 로마 교황청의 종신서원을 해제하고 가톨릭 수녀에서 개신교인이 된 김연수 사모마저 더는 못 하겠다고 했던 바로 그때.

 

최 목사는 용문산 산골 바위에서 사흘간 금식하며 통곡으로 기도하다 우연히 냇가에서 밥 짓던 할아버지에게 밥도 못 먹는 너 같은 이들을 먹이는 청량리역 최일도 목사가 있으니 찾아가라는 말을 듣고 다시 또 거듭남을 경험했다고.

 

 

3.

 

최목사님이 이 일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변화를 간단히 사명감 회복정도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책에는 심경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명감 회복의 이면에는 적어도 세 가지 깨달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1) 배가 고픈 노숙자 처지가 되어 얻은 동병상련

 

(2) 용문산 할아버지를 통해 목사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있고 여기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

 

(3) 새로운 깨달음은 이것이었을 겁니다 - 돌보고 있는 사람들의 행태에 크게 실망하지 않는 달관(達觀).

하나님께서도 노아 홍수 이후 이런 말씀(8:21-22 새번역)을 하셨지요.

 

주님께서 그 향기를 맡으시고서, 마음 속으로 다짐하셨다. “다시는 사람이 악하다고 하여서, 땅을 저주하지는 않겠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그 마음의 생각이 악하기 마련이다. 다시는 이번에 한 것 같이, 모든 생물을 없애지는 않겠다.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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