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와 관련된 맥락에서 ‘동의’라는 말을 사용하려면 어떤 한자인지 주의해야 합니다. “찬성한다”는 동의(同意)와 “의안을 신청한다 또는 제안한다”는 동의(動議, motion)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다른 의미를 가진 이 두 단어가 회의에서 혼용되면서 혼란이 누적된 것처럼 보입니다(이런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 회의에서 “同意”라는 단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체어로 “찬성이나 찬동”이 있습니다. 참, 체포동의안의 동의는 “同意”입니다).
(1) 한국 기독교 초기의 기록을 볼까요?
1938년 9월9일 평양 서문밖예배당에선 제27회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열렸다. 당시는 장로회가 예장 합동과 통합, 기독교장로회 등으로 분열되기 전이었다. 신학자인 김양선 목사는 ‘신사참배의 강요와 박해’라는 글에서 신사참배를 결정하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10시 50분 이미 조작된 각본대로 평양·평서·안주 3노회 연합대표 평양노회장 박응률 목사의 신사참배의 결의 및 성명서 발표의 긴급제안이 있었고 박임현 목사와 길인섭 목사의 동의와 재청이 있었다. 총회장 홍택기 목사는 전신을 떨면서 ‘이 안건이 가하면 예라고 대답하십시오’라고 물었다. 이때에 제안자와 동의·재청자의 10명 미만이 떨리는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했고 그들 외의 전원은 침묵을 지켰다. 그 침묵은 신사참배의 부당성을 표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여지지 않았으므로 수백 경관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일대 위협을 표시했다. 당황한 총회장은 ‘부’를 묻지 않고 그냥 만장일치의 가결을 선언하였다 (민중의 소리, 권종술 기자의 2018년 기사에서 재인용).
- 아마 긴급동의(動議)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동의(動議)는 재청(再請)이 있어야 “안건이 됩니다”(성안 成案). 제안자를 최소 2인 이상으로 하려는 취지입니다. 이미 동의(動議)가 있었으니 박임현 목사님이 하신 동의는 앞의 동의(動議)에 찬성한다는 의미인 동의(同意)로 보아야 하는데 이렇게 해석하면 “재청”이라는 표현이 “삼청(三請)”이 되어야 하니 앞뒤가 안 맞습니다.
(2) 타 교단 어느 노회의 최근 회의록을 볼까요?
회순을, 순서에 폐회 순서를 첨가해 통과하자는 안에 대해 A 목사 동의, B 목사 재청하고 다른 의견이 없으므로 가부를 물으니 전원 찬성 통과하다.
-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서기가 “회순(절차)보고”하는 것을 그저 보고만 한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 보고를 가지고 어떤 회원이 “폐회 순서를 첨가해 통과하자”는 동의(動議)를 ‘일으켰는데’ A 목사가 찬성의 의미로 동의(同意)한 것이지요. 그래도 앞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 회순 보고를 (원)동의로 보는 것입니다. 이 해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회순 보고는 사실상 보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채택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보고 행위에는 “이 회순을 채용합시다”는 동의動議가 함의되어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떤 회원의 “원안을 수정하여 받자(채용하자)”는 동의는 “개의(수정안)”에 해당됩니다. 이 개의를 안건화하는 것을 A 목사가 찬성(동의 同意)한 것이고요. 어쨌든 “재청”이라는 말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3)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런 혼란이 개념 혼동에서 나온 것 같은데요. 다른 설명 하나가 가능하고 이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전통적으로 발언자가 긴 설명 끝에 어떤 안을 동의하는 것은 “정식 동의”로 여기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간단히 동의안(動議案)을 제시한 후 다른 회원의 재청으로 안건으로 격상된 후에 “제안자”로서 설명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했을까요? 그래서 긴 설명 끝에 동의(動議) 했을 경우, 이것을 “정식 동의”로 간주하지 않고 다른 회원이 그것을 받아서 “정식 동의”를 해주고 다른 회원이 “재청”을 했습니다. 이 설명을 따르면 앞의 (1)과 (2)의 동의는 동의(同意)가 아니라 동의(動議)로 사용된 것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암묵적 규칙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동의(動議)를 낼 때 자신의 동의가 재청을 받기 위해서 제안 설명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3)
전재중 변호사는 “잘못된 교계의 회의 관행”의 예로 다음을 제시합니다.
이사장: 그러면 제1호 안건, “2021년 사업 계획”을 부의하겠습니다. 이미 자료를 배부하여 드렸습니다만, 이사님들 질문이나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A이사: 원안대로 받기로 동의합니다.
B이사: 재청합니다.
이사장: 동의와 재청이 있으므로 가부를 묻기로 하겠습니다. 가하시면 ‘예’로 답하시기 바랍니다.
이사들: 예.
왜 이런 관행이 생겼을까요? 무심코 “2021년 사업 계획”을 보고 사항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 사항을 가지고 “원안대로 받는 것”을 동의(動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2021년 사업 계획”이 처음 원동의입니다. 통과(가결)를 목표로 보고하는 것이니까요. 보통은 보고하면서 제안설명이나 질의응답, 찬반토론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후 원안대로 받기를 원한다면 “원안대로 받기로 동의합니다”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안을 두고 표결할 때 “찬성”하시면 되기 때문입니다.
원안을 빨리 통과시키고 싶으면 “원동의 처리와 관련된” 보조동의를 내면 됩니다. “토론 종결을 동의합니다”. 재청이 들어오면 안건으로 성립이 되고 이 안건을 의장이 가부를 묻고 가결되면 토론 종결이 되고 이제 원안을 표결에 붙이게 됩니다. 개의나 재개의가 있으면 그것들이 먼저 부결되어야 원안을 두고 표결이 이루어지겠고요. 회원의 “토론 종결 동의(動議)”가 없는 상태에서는 의장이 표결하자는 제안을 할 수 있고 이의를 제기하는 회원이 있는 경우 “표결하자는 건”을 가지고 가부를 물을 수 있습니다.
“토론 종결 동의”는 보조동의/부수동의/우선동의 중 보조동의에 속하는데요. 표결로 정리하자는 것이 이 동의라면, 의안을 “위원회 회부”하거나 “보류안건(유안건)”으로 미루어 논의를 끝내는 보조동의도 있습니다 - “위원회 회부 동의”나 “보류안건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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